시조 삼장에 담아낸 유현의 미적 세계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필영 시인의 신작 시집 『산맥을 따라온 강물처럼』이 가히 시인선 012로 출간되었다. 신필영의 시조에서는 ‘사이’의 철학이 느껴진다. 천 리 길과 보폭 사이, 산맥과 강물 사이, 강물과 꽃 한 송이 사이가 그렇다. ‘사이’가 작동하는 시가 주는 아름다움은 우리 시조단의 새로운 풍경이다. 무엇보다 시 한 편을 이렇게 크게 그리는 일은 일찍이 우리 시조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신필영 시인은 이런 웅혼한 스케일로 시조 삼장을 담아낸다. 거기서 발견되는 시인의 철학은, 시조는 크고, 그 속의 자신은 작다는, 아직 만나야 할 ‘한 송이 꽃’은 많이 남았다는 겸손이다. 인격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신필영 시인은 자신을 낮출 줄 알기에 더 크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