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의 밀림 속, 총구 너머에 피어난 낯선 연대와 조용한 연민.
포로가 된 한국군 병사 익수는 생존을 위한 행군 속에서, 적국의 소녀 전사 탕틴 칸과 마주한다. 철저한 위장 속에서도 그녀는 익수의 상처를 씻어주고, 매운 음식을 피해 고추를 골라내며, 생명의 경계를 넘나드는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서로 다른 언어와 이념, 전장의 한복판에서 맞닿은 두 사람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이동』은 전쟁의 참혹한 풍경을 배경으로, 적과 아군, 이념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품이다. 살기 위한 여정에서 피어난 이방인의 연대, 그 안에 스민 묵직한 감정은 우리에게 묻는다. 전쟁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총성이 멎은 자리, 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