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받을 때 대출 한도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아는가. 물론 은행 자체적으로 부동산 용도에 따라 내규로 정한 명확한 대출비율이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전당 잡힌 부동산 가치부터 결정해야 하는 게 순리다. 이가 담보평가다. 한동안 시끄러웠고 여전히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밀양 송전탑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흉물일 수밖에 없는 고압선 설치 대가로 주어지는 턱없이 낮은 보상금 때문이 아닌가. 보상평가가 숨어 있다. 매년 주택과 토지 재산세의 과세표준금액은 공시가격 평가의 결과물이 만들어준다. 이혼소송의 종착점, 곧 재산분할이 이뤄질 때 필히 소송평가가 개입한다. 증여 및 상속의 문제, 부가세 납부의 상황에서도, 심지어 청산기업의 재산 매각을 위해 누군가 부동산 몸값을 정해야 한다. 쉼 없이 이들은 평가되고 있다.
대출연체, 세금 체납 등으로 개시되는 경매, 공매에 몰리는 수많은 투자자는 입찰 가격부터 살피지 않는가. 누군가 최초 입찰가격을 평가했음이 분명하다. 피터지게 싸우는 재개발구역 내 조합원 재산은 제 3자가 공정하게 정해 준 것이다. 리 모델링 분담금의 결정, 국유재산 매각 금액,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가격, 지하철 역사 임대료, 하다못해 고물상이 눈독 들이는 공기업 폐자재의 매각 가격까지 감정평가사의 손길이 미친다.
이쯤 되면 감정평가가 생활의 전 영역 곧 재산권, 세금, 거주, 생계, 투자의 문제를 아우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감정평가’ 단어가 주는 이질감에 지레 겁먹지 말고, 필자가 전문적인 느낌을 희석시키고 이 영역을 일반교양과목으로 소개하려 고군분투하는 숨은 열정을 봐 주시길. 굳이 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벌레 먹은 잎사귀 보며 식생에 대한 기초지식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이처럼 본 책자를 읽을 때 약간의 호기심만 가미시키면 전문영역이 상식의 수준으로 문턱을 낮추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다. 더불어 가치평가의 논리는 자연스레 습득될 것이다. 그래봐야 내 재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는 게 아닐까.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