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소설가 주요섭(1902~1972)의 작품을 묶어 정정호 교수가 『주요섭 소설 전집』으로 엮었다. 1920년 『대한매일신문』에 실린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부터 주요섭이 타계한 뒤 197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여수」까지의 단편소설 39편이 1~3권에 수록되었고, 중편소설 4편은 4권에 실렸다. 한국전쟁과 해방공간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쳐오며 시대적 풍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 주요섭 소설 세계의 진면목을 이 전집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주요섭 작가는 소설뿐 아니라 산문과 시 창작, 영문학 교수, 번역가, 언론인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였다. 평양에서 태어나 중국, 미국, 일본, 서울 등지에서 활동했던 그는 20세기 초중반 기준에서 한국 문학사 최초의 세계시민이자 전 지구적 안목을 가지고 국제적 주제를 다루어 한국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작가였다.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외」 등의 단편소설은 잘 알려 있지만, 우리 학계와 문단에서 소설가로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전집에서는 단편소설 39편 전부와 중편소설 4편 전부를 가능한 한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내놓는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서사를 갖춘 주요섭 작가를 이 전집에서 조명함으로써 주요섭에 대한 논의가 한층 폭넓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제4권 『첫사랑 값, 미완성 외』에는 1925년부터 주요섭 작가가 타계한 후 1987년까지 발표된 중편소설 4편이 실렸다. 일제강점기에 이룰 수 없는 중국 소녀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첫사랑 값」, 잘못된 결혼을 끝내고 새 삶을 시작하는 한 직업여성의 이야기인 「쎌스 껄」, 필생의 명작을 끝내지 못한 한 가난한 화가의 사랑과 죽음을 그린 「미완성」, 동아시아의 대격변의 시대를 넘어 어색하게 이루어진 늦사랑을 담은 「떠름한 로맨스」이다. ‘사랑’이라는 중심 주제가 4편의 중편소설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로 변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