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이 모더니즘으로 시의 정신적 면을 추구해나간 시인이었다면 신동엽은 사실주의적 인식을 통해 문학의 현실성과 역사성을 끝까지 밀고 나간 시인이었다. 그 두 시인이 있었기에, 전쟁 후의 황폐함과 허무의식이 팽배해 있던 우리 문단이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두 시인은 가고 없다. 가고 없지만 그러나 두 시인은 각자가 노래한 것처럼 '바람처럼 빨리 누웠다가, 바람보다 빨리 일어서기도' 하고, '그리운 그의 얼굴을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은 들에 언덕에 피어'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시단이 다양화되고 풍부한 작품을 창작해내며, 전통과 역사, 현실과 정신의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자양분이 바로 이 두 시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