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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데올로기, 그리고 역사교육
글쓴이
양정현 저
출판사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출판일
2025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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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양정현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의 변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만덕고등학교에서 2년간 수업을 관찰하며 역사교사들과 함께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연구했고, 3년간 초등학교 역사수업을 관찰하며 교실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책 소개

분야사회 정치
사회는 이해 관계를 달리하는, 규모와 층위가 다양한 제 집단의 지향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작동한다. 교육, 학교의 장에서도 다양한 세력 집단이 내부에서 작동하고, 외부에서 관여한다.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 교수·학습을 둘러싸고 여러 세력 집단의 이해 관계와 이념 지향이 각축한다. 일종의 파워 게임이 제 논의에 작동하고 있다. 교육 담론은 대의명분을 앞세우지만 권력 관계가 작용하는 헤게모니 쟁탈전이다. 교육 담론은 이러한 제 집단의 상이한 정치·경제·문화적 지향에 따라, 해당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으로 정당한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학교 교육과정은 제 세력 집단 간의 역학 관계의 산물이고, 헤게모니의 구현이다.

헤게모니는 말, 개념 용어, 담론에 실린다. 개념의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규정하는 일은 정치·경제·문화적 투쟁이다. 사회 담론, 교육 담론의 대의·명분은 늘 객관·논리를 앞세우지만, 그 실질은 권력이고, 헤게모니이다. 정치 권력과 학문 권력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제휴한다. 그 관계 양상은 이해 관계와 이념 지평에 의해 방향 잡히며, 조직력, 물적 기반, 여론 지배력 등 현실 사회에서 실제 발휘할 수 있는 동력에 따라 좌우된다. 사회 제집단은 그러한 역학 관계에서 말, 개념, 지식의 의미를 놓고 경쟁한다. 지식은 권력의 행사에 의해 생겨나며, 권력의 행사를 합법화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국가 교육과정 개발 작업이 그러하며, 교과서 집필, 검정, 배포 국면도 예외일 수 없다.

이데올로기란 지배체제의 합리화를 위한 관념 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는 미래에 대한 지향성, 미래의 가능성을 상정하면서 현재의 행동 원칙으로 작동한다. 실제 이데올로기는 현재 상황을 추상화하여 관념화하게 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데올로기’ 개념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독일 관념론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주로 ‘허위 의식’(虛僞意識)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즉 이데올로기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과 유리된 의식이고, 그리하여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반영하지 못하는 의식, 사상이라는 것이다. 즉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은 관념론적 사고, 유물론적 사고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마르쿠제(H.Marcuse)가 주장하듯이, 사상이나 이론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는 주장이나 또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대신에 효율성의 논리를 강조하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다. 결국 이데올로기는 다양한 집단 간 이해 관계의 대립 속에서 특정 집단의 이해 관계나 주장을 정당화하고, 대항 집단의 이해 관계나 주장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능이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이데올로기 개념은 과학이나 이성에 호소하여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비판하여 대중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법이나 사회 제도 뿐만 아니라 종교나 철학에 관철되며, 인간 실생활에도 작동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의식이며, 사회적 의식의 한 형태로서 일반적인 사상이나 신념 체계를 가리킨다. 각각의 이데올로기는 특정 계급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거나 옹호한다. 그리하여 이데올로기들 사이의 경쟁과 대립이 벌어지며, 지배 계급의 사상이 주도권을 장악하여 그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이 된다. 사회의 물질적 지배 세력, 계급이 동시에 그 사회의 지배적인 정신적 세력이다.

이데올로기는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실천적인 사상이자 신념 체계로서, 어떤 사상이 이데올로기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계급의 이해 관계를 대변해 주는 이데올로기인가를 살필 때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개념과 쌍을 이루는 개념으로 그람시(A. Gramsci)의 헤게모니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람시는 이데올로기를 두 계통으로 구별하는데, 자의적 이데올로기’(arbitrary ideology)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지배 계급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현실을 왜곡시키는 허위 의식이다. 이에 비해 ‘유기적 이데올로기’(organic ideology)는 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주어진 역사적 구조에 반드시 필요한 이데올로기이다. 그람시는 『옥중 수고』에서 이데올로기를 물질적인 하부 구조의 단순한 반영으로 보는 시각을 비판하고 상부 구조의 한 형태로서 이데올로기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것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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