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조너선 색스(1948-2020년)는 “언약과 대화” 시리즈를 통해, 랍비들의 풍성한 성경 주석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랍비들의 치밀한 질문들과 치열한 연구의 결과임을 잘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출애굽기가 창세기와 한 단위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그 대칭 구조들을 밝힐 뿐 아니라, 그 문명사적 의미를 매주 읽기 본문에 따라 쉽게 풀이한다. 탁월한 랍비들과 현대 학자들을 자주 인용하는 저자는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의 자유와 정의 사회의 구체적 형태를 밝히며, 오늘날 자멸로 치닫는 인류를 구원하는 길을 적극 제시한다. 전쟁과 학살, 억압과 착취, 소비주의와 자연 파괴가 극심해질 뿐 아니라 적대감과 가짜뉴스가 팽배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인류문명이 파국에 직면한 현실에서, 하나님이 노예들을 해방하여 새로운 민족을 이루신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모세는 유대인들의 영혼에 불을 질렀으며, 아론은 어떻게 그 불꽃을 ‘영원한 빛’으로 바꾸었는지”를 새롭게 깨닫게 해 준다.
적대감과 폭력, 허무주의와 절망을 넘어서는 방법은 무엇인지, 정의 사회는 어떤 원칙들을 지켜야 하는지, 또한 성막 건설과 안식일이 인류 문명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해명한다. 특히 모세오경을 “제국주의에 대한 세계의 가장 위대한 항의”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저자는 모세가 “하나님의 얼굴을 보기를 두려워한” 이유를 인생과 역사의 무의미성이라는 무신론적 허무주의와 대결한 신앙인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초자연적 ‘기적들’을 실존적 ‘사건들’의 차원에서 설명하며,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민족”의 실천적 의미를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의 일상화”가 초래하는 제사장들의 기득권화 위험성과 연결시켜 해석하며, 하나님이 초자연적 기적 대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세상 구원의 책임을 넘기신 이유를 암시함으로써 홀로코스트 이후 신학의 특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