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얼마 전,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고3 학생이 보낸 활동지 를 찍은 사진이었는데, 첫 번째 수필집 『이소』의 표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진로 수업에서 나를 롤모델로 선정했다고 했습니다. 활동지 맨 아래에는 나를 롤모델로 선정한 이유가 적혀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갈 때까지 우리 집 공부방을 다녔습니다.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해에 들어왔기 때문에 글 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가끔은 아이에게 틀린 글자가 없는지 찾아보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에는 내가 끝까지 해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 큰 어른이 새삼 작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면서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길을 안내받게 되지요. 두 어머니의 글을 쓰면서 두 분의 삶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힘없는 노인이지만, 그들의 삶에도 용기와 열정이 함께 했다는 걸 글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지금 막 두 분의 서사가 막을 내렸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 분과의 생활에 변화가 오자, 한동안 휘청거렸습니다. 허무함과 무료함에 회의가 들어 삶의 활력을 놓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 받아들입니다.
이제 저도 하늘의 이치를 아는 지천명의 끄트머리에 이르렀습니다. 요즘은 길에서 공부방을 거쳐 간 제자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대화합니다. 늙음에서 오는 흐트러짐이 부끄럽지 않아서, 가던 길에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내 글은 이제 막 봄을 지나 초여름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따스한 봄날의 비와 햇살로 겨우 꽃을 피우고 갓 열매 를 맺은 나무입니다. 이제부터 저는 새로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재밌는 서사와 추억을 듬뿍 담은 나만의 일상을 담은 멋진 글을요. 그러면서 이순의 날들을 멋있게 익어가겠습니다.
묵묵히 옆에서 응원해 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두 아들 선도와 현우, 두 조카 채은이와 수영이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202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