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포석』은 우리에게 소개되는 일본문학 중에서는 흔치 않은, 지적인 에세이 풍의 소설이다. 3편의 짧은 소설들이지만, 그 안에는 프랑스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정경, 여행자 특유의 달뜸과 무모한 용기, 여행지에서 만나는 유쾌한 사람들, 이국의 낯선 요리와 풍물들, 유대인과 일본인 사이의 미묘한 우정, 사소한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역사의 아이러니, 타인의 아픔을 바라보는 제삼자의 어색한 시선, 역사적인 비극과 개인의 기억이 만나는 지점, 사랑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옛사랑의 아련한 기억 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수놓여 있다. 친구의 고향에서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친구의 여동생과의 만남을 그린 『모래장수가 지나간다』, 역시 프랑스의 친구를 찾은 일본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터에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