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성공한 미즈 모노폴리’만 기억하지만, 5인의 레드 발키리는 ‘모두를 위한 해방’을 꿈꿨다!
이들은 저격수, 혁명가, 교육자, 정치가, 과학자로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았으나 같은 목표를 지향했다!
현대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걸보스(Girlboss)’라는 개념은 성공한 여성 CEO, 기업가, 리더를 롤모델로 제시하며 여성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Lean In)’고 외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여성 개인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뿐,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레드 발키리』는 이 질문에 대한 혁명적 대답을 던진다. 우선 이 책은 단순한 여성 혁명가들의 전기를 다룬 것이 아니다. 크리스틴 R. 고드시는 『왜 여성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2021, 이학사)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저자로서 1990년 국가사회주의의 붕괴에 따른 희망과 정치·경제적 혼란을 목도하면서 이 같은 체제 전환이 보통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연구해 왔다. 이 책은 그녀가 서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유럽 사회주의 여성 활동가 다섯 명의 삶을 통해 ‘성공한 소수 여성’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연대와 해방을 고민한 여성들의 투쟁을 조명한 저작이다.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둥이었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뜨거운 심장을 지닌 혁명가 이네사 아르망, 그리고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던 엘레나 라가디노바. 이들은 한 개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 그들이 주창한 여성 해방은 단순히 여성 CEO가 늘어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이 출산과 노동을 병행하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가사노동이 공적으로 분배되고 돌봄의 부담이 공동체 전체로 나누어지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었다. 오늘날 ‘린 인(Lean In)’이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페미니즘과 걸보스 페미니즘은 여성 개개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지만, 이는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여성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와 돌봄 노동의 책임을 떠안고 있으며, 소수의 여성만이 자본가로서 성공하기 때문이다. 『레드 발키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여성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해방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서구 페미니즘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역사적 역할과 성취, 즉 여성 노동, 출산, 육아,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실질적 정책과 혁신적 실천을 다룸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