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오스만 제국과 신성 로마 제국의 시대에
이슬람과 기독교,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가며
종교와 언어와 신념의 경계를 넘나든 놀라운 삶의 서사!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역사소설의 진수!
마지막 무어인의 도시 그라나다에서는 부유한 검량사의 사랑받는 아들이었고, 망명지 모로코에서는 이슬람 경전을 통째로 암송하는 명민한 학생이었고, 16살 때 술탄의 외교 사절이 돼 사하라 사막을 건너 팀북투를 방문하고, 놀라운 배짱과 수완으로 20대 초반에 거부가 된 남자.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중 운명의 일격을 받아 해적에게 납치되어 노예가 된 남자. 로마로 팔려 간 뒤 교황 레오 10세의 눈에 들어 양자가 되고 메디치가의 일원이 된 남자. 가톨릭 세례를 받고 이슬람과 기독교 두 세계를 연결하는 학자가 되어 라틴어-아랍어-히브리어 삼중어 사전을 만들고 기념비적인 책 《아프리카 지리지》를 저술한 남자. 교황의 특사가 되어 오스만 제국과 평화 협상을 꾀한 남자. 무너지는 제국들 사이에서 이름을 바꾸고 언어를 바꾸고 종교를 바꾸었지만 끝내 자기 자신으로 산 남자.
《레오 아프리카누스》는 1488년경 그라나다에서 태어난 알하산 이븐 무함마드 알와잔, 후에 조반니 레오 혹은 레오 아프리카누스로 불린 여행가이자 상인, 외교관, 지리학자였던 실존 인물의 경이로운 삶을 따라가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라는 격동하는 역사의 현장을 강렬하게 그려낸 몰입감 넘치는 역사소설이다.
“나는 아프리카누스로 불리지만 아프리카 사람도, 유럽 사람도,
아랍 사람도 아니다. 나는 길의 아들이며, 내 나라는 카라반이고,
내 인생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항해였다.”
《레오 아프리카누스》는 제11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가 1986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세계 지형도를 그리듯이 섬세한 필치로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평과 함께 ‘쥘 베른의 소설을 연상케 하는 플롯과 모험이 담겨 있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출간 즉시 평단과 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으며 말루프가 작가로서 명성을 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작품이다.
레오 아프리카누스의 회고록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은 그가 거주했던 주요한 네 도시 즉 그라나다, 페스, 카이로, 로마를 따라 4부로 구성되어 그의 40년 인생을 따라간다. 사건과 사건 사이, 역사의 빈틈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풍요롭게 채워 과거를 현실로 되살려내는 말루프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며 ‘문명 간 충돌과 화해의 가능성 탐구’ ‘추방, 이주, 망명에 따른 상실 경험’ ‘경계인으로서 정체성 문제’라는 말루프 작품 세계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