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유독 눈에 자주 띄는 병원 간판은 '통증클리닉'이다. 예전엔 종합병원에서나 간간이 만나볼 수 있었던 통증클리닉이란 이름이 동네 병원에도 들어오는 것은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통증을 인간이 정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마취제와 진통제의 등장으로 인간이 버텨 온 힘겹던 싸움은 과거보다 한결 수월해졌지만, 우리는 지금도 통증으로 결석/결근하는 이들을 만난다.
그러나 통증은 단순히 피해야 할 성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통증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신호이며, 어떤 명상가들은 통증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 책은 인간의 몸 뿐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통증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인 고찰을 통해 통증이 갖는 존재론적 측면까지를 살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왜 통증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생리구조적 접근부터 인간만의 통증인 디스크, 통증이 없어지는 병, 마약류 진통제의 사용 등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의학지식과 생명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을 동시에 가진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통증에 국한되기보다 인간의 '고통' 전체를 향하고 있다. 마라톤이나 극한에의 도전 등 고통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지는, 생명 중 인간만이 수행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보며 저자는 통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속에서 빛나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