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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움의 그리움
글쓴이
이강엽 저
출판사
글누림출판사
출판일
2025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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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이강엽

한문을 익히기 위해 처음 『논어』를 읽었던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이후 30여 년 넘게 『논어』를 읽고 가르쳐 오고 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을 만나면 가장 먼저 찾는 책이 『논어』이다. 청춘의 시기, 마음속에 불평불만이 이글댈 때 “不怨天, 不尤人(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이라는 『논어』 문구로 마음을 다독였고, 어렵사리 학위 과정을 밟아 나가던 시기도 “行有餘力, 則以學文(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공부하라)”이라는 구절을 버팀목 삼아 견뎌 낼 수 있었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방학 때마다 『논어』를 읽은 것을 꼽는다.

거듭해 읽을수록 철학이기도 하고 종교이기도 하고 때론 문학이기도 한 『논어』가 2,000년이 넘는 시간을 살며, 개개의 인생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혹은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고전학자로서 그리고 『논어』 탐독자로서 읽어 낸 『논어』의 매력과 핵심 사상을 담고 있으며, 지금껏 잘 알지 못했던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들까지도 다채롭게 풀어놓고 있다. 저자에게 『논어』가 세상이라는 큰 책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었듯, 독자들 또한 이 책을 통해 살면서 겪는 위기와 고민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고전에서 익힌 것을 삶의 매 순간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하였으며 동대학원에서 한국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토의문학의 전통과 우리문학』, 『신화전통과 우리문학』, 『둘이면서 하나』, 『강의실 밖 고전여행』, 『삼국유사 어디까지 읽어 봤니?』, 『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 구경』 등이 있다.

책 소개

분야인문/사회
고전을 통해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을 성찰하다.
잠 못 이룰 정도의 그리움이 그립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서 그렇게 그립다.
잠 오지 않는 밤의 꿀 수 없는 꿈이 그립다.

한자 ‘莫(막)’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해[日]가 없으면 저물녘[暮]이 되고, 물[?]이 없으면 사막[漠]이 되며, 아무것도 없는 집[?]은 적막[寞]이 된다. 그리워한다는 뜻의 ‘慕(모)’자 역시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心)이 분명한데, 조선조 명신 김상용은 다음과 같은 시조를 남겼다.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나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임이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사랑하면 꿈에 나타나 보인다는 말은 더 믿을 수 없는 거짓인데, 그 이유는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으니 꿈에서 볼 일조차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꿈에서나마 볼 수 있는 길조차 막힌, 현실에서든 상상에서든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그런 임이다. 병자호란 때 순절(殉節)한 작가의 개인사를 헤아려 임금을 그리워하는 노래로도 푸는 모양이지만, 어떻게 보든 빼어난 연시(戀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시를 이해하기에는 현대사회는 너무도 촘촘하고, 편리하고, 신속하게 연결되어 있다. 10년 전 오늘 무엇을 했는지는 지금 당장 자신의 폰을 여는 수고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날 찍은 사진이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하게 남아 있으며, 그날 누군가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인과 실시간 메시지 전송은 물론 현재 모습을 화상으로 보며 음성으로 대화를 해볼 수도 있다. 버튼 하나 누르는 수고로 단번에 알 수 있으니 꿈에서라도 보려고 애쓰던 그리움의 강도가 매우 약해진 것이다. 아니, 그리워하는 것 말고도 할 것이 너무 많은 현대 문명사회의 밤은 그런 그리움의 원천을 아예 빼앗아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시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어떤 학생이 수업은 안 듣고 자꾸 제 폰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아 주의를 주었더니 그 학생 대답이 걸작이었다. “하도 감동스러워서 친구한테 보내느라고요.” 그날 다룬 시가 모두 사랑시였으니 아마도 여자친구에게 보낸 듯했다. 그러나 감동이 밀려오면 잠시 거기에 빠져들어 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보내고싶으면 수업 끝나기를 기다릴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으련만, 즉각 무언가를 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태가 야속하다.
하긴 상대에게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를 달랑 보내놓고는 이내 답이 없다고 “비(非)매너”를 운운하는 세태에서, 그저 어떻게는 말이나마 전해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거나 편지를 보내놓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열흘 남짓은 행복하다는 마음은 시대착오적 유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정말 소중한 것이라면 그렇게 즉답이 가능한 곳에 있지 않을 터, 잠 못 이룰 정도의 그리움이 그립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서 그렇게 그립다. 잠 오지 않는 밤의 꿀 수 없는 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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