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밀화는 사진의 현실성과 그림의 예술성이 서로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형태의 그림이다. 사진으로는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의 구석구석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것은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작업이다. 세밀화를 접하는 독자 또한 시각정보와 예술적 감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독특한 표현방식.
이 책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천연 상태로 보존된 온대 낙엽활엽수림인 광릉수목원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식물들을 세밀화와 전문가의 풍부한 지식들로 소개하고 있다. 600여년간을 훼손없이 살아온 '한국 숲의 자존심' 광릉 수목원에서 발견한 100종의 식물들을 정성어린 손길과 시선으로 담아냈다. 식물의 이름과 학명, 식물학적 정보와 더불어 국립수목원 식물세밀화실의 담당자들이 직접 식물을 마주앉아 그릴 때 나누었던 식물과의 감정 교감을 그대로 기록한 그림 후기가 장마다 들어 있어 생태계와 인간이 공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숲의 고요함으로 담아내었다.
한때 금수강산이라 불리던 한반도가 지속되는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서히 병들어가는 요즘, 한반도 자생식물들에 대한 소중한 생태학적 정보와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그들의 생생한 스케치는 다시한번 우리 주변의 숲과 풀, 나무를 돌아보게 해 주는 계기를 던져 준다. 당장 내년부터 식목일의 공휴일 지정이 폐지되는 지금, 푸른 숲의 소중함과 그 숲 속에서 살아 숨쉬는 많은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자연과 교감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책이다. 한편 출간 기념으로 “광릉숲 세밀화전”이 4월 1일부터 4월 22일까지 국립수목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