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디테일은 그 사회의
가장 솔직한 자화상이다
“내가 가장 걱정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이 책은 1969년 8월 8일부터 1971년 1월까지 일어난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 범죄 수사, 법정 공방, 최종 판결까지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살인은 이틀 밤에 걸쳐 일어났고, 지도자인 맨슨 외에 살인범은 네 명이다. 잔인하게 난도질된 피해자는 총 일곱 명이다. 하지만 이런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한 끝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되었다. 또한 집단살인 사건 중 지금까지 가장 기괴하고 사회적 여파가 큰 것으로 남아 있으며, 역대 가장 큰 비용과 가장 긴 시간을 들인 재판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재판의 판결을 이끌어내고 책까지 쓴 인물은 바로 사건을 담당한 검사 빈센트 부글리오시다. 이른바 ‘천재 검사’가 집필했기에 정확함과 세밀함, 직설과 통찰력 면에서 단단함과 굳건함을 입증한다.
책의 구성과 문체, 접근법 모두 검사다움을 드러낸다. 즉 체계적이고 빈틈없으며, 때로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적 친밀감도 이따금씩 드러낸다. 특히 그가 증거를 치밀하게 제시하며 배심원들의 최종 판결에 호소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판결의 미학을 보여준다. 인간 이성의 정점이 드러나고, 광기가 흐르는 사회 저변에 대해 법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더없이 보여준다. 이것은 이 범죄가 인간 존재를 가장 무의미하게 만들며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졌기에 극렬한 대비 효과를 드러낸다.
독자가 살인 사건을 읽는다면 누구의 관점을 취하는 게 가장 좋을까? 게다가 역사에 획을 그을 만큼 지각변동을 일으킨 커다란 사건이라면. 읽기는 ‘관점’이다. 관점은 기본적으로 사실(진실)과 관찰에 기반한다. 그리고 맨슨 패밀리의 살인 사건을 진실에 가장 가깝게 풀어낼 역량을 지닌 사람은 다름 아닌 담당 검사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증거와 관찰에 근거해서만 이야기하고, 상상력은 억누르며, 맨슨이 지녔던 신비주의적 종교의 관점을 배격하고, 당시 여론이 맨슨에 대한 옹호로 이어졌던 것에 전혀 휩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분만 보는 것은 현상을 왜곡한다. 모든 자료, 모든 사람, 모든 입장과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전체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보자면 변호사는 좋은 관찰자기 되기 힘들다. 그는 자신의 의뢰인을 변호하고 형량을 낮추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여론의 영향을 크게 받고 직접 증거를 많이 수집할 수 없어 추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 부글리오시는 이 사건을 통해 인간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어떤 범죄는 한 사회를 관통한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거기 있던 이들은 가령 집단살인과 같은 공포에 둔감해지며 비슷한 사건이 반복돼도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회는 결코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