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하지만 사랑에 나이제한은 있다?

몇 해 전 노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나와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노인들의 섹스신에 대하여 대부분 노망이 들었느니, 더럽다느니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노인의 사랑은 그러한 평가를 듣는다. 사회적으로 책에서처럼 노인은 ‘용도 폐기된 존재’로서 여겨진다. 즉,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로서 여겨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90살의 노인과 14살의 소녀의 손녀와 증조할아버지뻘(모두가 첫사랑에 성공했다면 고조할아버지까지도) 되는 사이의 사랑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이정도의 나이차는 사회적인 통념상 거의 범죄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어디까지 사랑의 범위로 인정해야하는 것인가?

이 소설은 늙어감에 대한 여러 표현이 나온다. 다수의 노인이 아닌 사람들로서 나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노인으로서 느끼는 나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가르시아는 ‘나이란 숫자가 아니라 느끼는 것’,‘우리 마음으로 느끼진 못하지만 바깥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늙었다고 생각해요’등 우리가 나이에 대하여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느낄 수 있으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당사자들이 진정 사랑한다면 나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덕적으로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나는 사랑하는 그 둘 사이에 분명한 합의와 진정한 사랑이 존재해야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이거나 혹은 당사자 외의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사랑은 폭력이고, 타인의 자유를 해하는 자유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니므로….

변화하는 사랑의 방식, 순수함으로의 회귀.

주인공의 성관념 혹은 성가치관에 대해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몇 있다. 그러한 성가치관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방식을 좌우하게 된다. 자신에게 도발적으로 알몸을 보이고 결혼할 뻔한 히메나 오르티스, 사교클럽과 총각파티의 극단적인 두 상황에서의 혼란, 12살에 몸을 파는 여성들에게 유린당한 기억 등 젊은 시절에 쌓여간 그의 개인적인 성적경험이 쌓여 만든 성가치관이 그가 사랑하는 방식을 만든다. 그 성가치관 중 하나는 ‘세상에 순정한 여자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을 주고 여자와 잠을 자는 것이 그가 사랑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50대가 될 때까지 514명의 여자와 잠을 자는 형식으로 그는 사랑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그는 90살이 된 날 14살의‘델가디나’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로 그의 사랑의 방법은 바뀌었다. 밤의 거리를 전전하며 여러 여자와 잠을 잠으로써 위안을 얻던 서글픈 언덕은‘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할 때 가지는 위안’이라고 말하며 처녀성을 지켜주는 사랑으로 바뀐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이후로 그는 13살 이후로 자신을 옭매고 있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델가디나에게 손을 대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제는 무용지물이라며 성적인 도취에 가까웠던 사랑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가 델가디나의 처녀성을 지켜주는 방식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처음 만난 날 델가디나는 서글픈 언덕이 이전에 만났던 514명의 창녀와는 다른‘처녀성의 절대적인 주인’으로서 다가가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아라비안나이트나 어린왕자를 읽어주며 눈높이를 맞춰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사랑을 함으로써 낭만주의 문학을 읽는다든지 연애편지형식의 기고를 한다든지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중간에 살인사건 이후로 처녀성의 상징이었던 델가디나를 515명째의 슬픈 창녀로 잠시 생각하게 된다. 그의 분노는 이전에 그가 만났던 슬픈 창녀들과 델가디나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데서 시작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분노보다 더 컸던 사랑으로 다시 순수함을 회복하게 된다. 행복한 고통을 기대하며 소설은 끝나게 된다. 이렇듯 이 소설에서는 한 남자의 사랑의 방법의 변화, 사랑의 순수함으로의 회귀를 통한 구원을 나타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사랑은 어떻게든 변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사랑의 방식은 항상 변화하는 진행형이다. 나이가 90살이 넘어서도 사랑하는 서글픈 언덕을 통하여 그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세상에 사랑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다.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랑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참 많다. 각자의 방식에 따라 사랑하고 있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다양한 각자의 사랑에 대하여 어디까지 사랑으로 생각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