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란 용어는 이미 그 빛이 바랬다. 오늘날의 ‘개혁’이란 ‘개악’을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정치가들의 입에서 ‘개혁’이란 말이 나오면 지레 식상해한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겠지만 교활한 정치가들은 ‘국가 대 개조’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호응할지 의문이다.
본래 ‘개혁’이란 말은 라틴어의 ‘reformatio’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동사 ‘reformare’가 먼저 출현했다. 처음에는 정치적 의미라고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형태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의 변신/변형”을 뜻했을 따름이다. 여기에 도덕 및 정치적 관념이 부여된 것은 1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세네카가 “관습의 복구reformatio morum”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그는 아름다운 과거 상태로의 회귀를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로마시대에는 순수하게 물리적으로 과거의 상태를 복구하는 것 역시 ‘개혁’으로 인식되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8―개혁과 (종교)개혁》은 ‘개혁과 (종교)개혁’의 개념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집필자 아이케 볼가스트(1936년생)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이로, 종교와 정치의 역학관계에 관하여 많은 업적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구의 역사에서 ‘개혁’이라는 개념이 최초 등장한 용례부터 차례로 하나씩 검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최근의 서구사회를 비롯한 이른바 현대산업국가 전반에 불고 있는 ‘개혁’ 피로증세까지 낱낱이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