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시인의 맑고 향기로운 시심(詩心)의 시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금언이 하나 있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난다는 금언이 그것이다. 또한 김 시인의 시에는 실존(實存)의 슬픔과 외로움이 풀잎 끝에서 반짝이는 이슬처럼 맺혀 있는 것 같고, 영산강의 노을로 핏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김 시인은 실존의 슬픔과 외로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슬플 때는 슬픔 속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움 속으로 더 들어가 그것들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 중 하나인 한(恨)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한은 꺾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이 ‘슬픔을 헤아리며’라고 사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김 시인의 시들은 우리 모두에게 보배의 숲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정찬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