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다' 하고 보면 시간은 어느새 저것으로 바꾸어버린다.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끝별의 시만 해도, 그의 시들은 축구공처럼 통, 통, 통, 소리를 울리고 튀어 오르면서 지평선으로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근작들을 보니 통통 소리는 들리지 않고 시어들이 질서로워, 집중력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전진해 간다. 「검은 타이어가 굴러 간다」에서와 같이 통통 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들은 소리가 시 뒤로 숨는다. 정끝별의 웃는 얼굴도 시 뒤로 살짝 숨는다. 그럼에도 나는 시어들 사이에서 그 얼굴을 본다. 그는 아직 귀신은 아니다. --- 최하림(시인)
제 몸을 굴뚝 삼아 속꽃을 태운 그의 시편들은 연리지 첫 움이며 공든 탑 한 그루다. 時, 視, 詩로 새긴 그의 시사(詩史)에는 시를 쓰다 야윈 시수(詩?)가 있고 사랑 때문에 허리가 남아도는 춘수(春瘦)가 있다. 그 때문일까. 허기가 둥근 것이라니! 이 한마디로도 그는 이제 영혼을 울리는 시 소리를 가졌다. 그 소리는 누구를 위하여서도 울어라. 세상을 덜 쓰면서 살라고 목메인 밥을 쓰는 자여. --- 천양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