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에 달빛 들면』은 조선 선비들이 아내를 떠나보내며 지은 제문(祭文) 49편을 엮은 것이다. 광해군 때 호조판서를 지낸 황신은 자신을 보러 유배지에 들렀다가 죽은 아내를 그리며 죽어서도 한 무덤에 들어 갈 것이라 다짐한다. 형조판서를 지냈던 이시발은 병들어 누워 있는 아내를 두고 국경으로 사신 접대를 하러 가고 결국 반려자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애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제문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건조한 내용이 아니라 편지글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문화추진회편『한국문집총간』중에서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조선 선비의 글을 엄선했다. 49편의 글을 통해서 가까우면서도 낯선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접할 수도 있다. 풍속화가 함께 편집되어 있어 읽는 감동과 보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