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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킨트
글쓴이
배수아 저
출판사
레제
출판일
2025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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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배수아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나는 마침내 풍경의 일부가 되었어.”

나는 내가 단지 하나의 풍경이며, 그것을 완성시키는 일종의 정물이며, 단지 그것을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행복했어. 혹독한 바람, 낮은 밀도의 대기,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살풍경한 겨울에 찾아온 단 한 명의 여행자, 그리고 내가 발견한 양 동물원. 감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 (…) 나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었어. _131p

“안녕. 잘 지내고 있겠지? 나는 너와 절교하기를 원해.”

고립이란 정말 멋진 것이다. 그것은 거의 쾌락의 차원이다. 그것을 찬미한다.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진정 고립을 모르거나 혹은 나약하게 겁을 먹은 것이다. (…) 글을 쓸 때 내가 선호하는 몇 가지 사소한 방법이 있는데, 동일시하거나 비판하거나 개입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가능한 한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고립이란 그것과 비슷하다. 고립이란 반드시 혼자 지낸다거나 배타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반드시 고립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은 그런 식으로 고립된 정신의 한 종류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절교의 편지를 쓰고 있다. 혹은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 사물이나 장소가 되기를 원한다. 고립이 이 글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이 작품은, 일자리가 필요한?동물원 킨트라고 주장하는?한 사람의, 말하자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작성된 지원서의 형태를 하고 있다. 즉 동물원의 모니터링 서류 양식”이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작중 화자는 동물원의 직원이 되고 싶어한다. 도시만의 풍경인 동물원에 매혹된 ‘나’는 특히 한겨울과 비 내리는 날의 동물원 풍경을 사랑한다. 소설은 화자가 동물원을 어슬렁거리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얘기로 전개된다.

‘작가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동물원’은 ‘고립’의 다른 이름이다. ‘동물원 킨트’는 고립을 찾아 떠났으며, 고립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했으며, 마침내 충만한 고립을 얻었다. 완전하게 홀로 된 뒤에야 ‘나’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하마’를 만날 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나’는 하마에게 ‘동물원 놀이’를 알려 준다. 그것은 작가가 낯선 나라에서 잠시 잠깐 즐겼던 ‘이방인 놀이’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당신 역시 언제라도, 충분히 동물원 킨트가 될 수 있다.

동물원 킨트는 단지 계속해서 길을 걸어. (…) 동물원을 향해서 걸음을 옮기다가, 그들은 갑자기 알게 돼. 그는 동물원 킨트였던 거야. (…) 동물원에 가기 위해 다른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이미 그렇게 했다면, 그리고 어떤 여행지에서라도 가장 먼저 그 도시의 동물원을 찾아간다면, 또한 동물원을 혼자 찾아갈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이미 동물원 킨트야._15p

작가에게 동물원은 사막에 있는 동물원도 아니고 그가 작품을 쓰면서 머물렀던 독일 어느 도시의 동물원도 아니며,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생애 최초의 동물원이거나 혹은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동물원도 아니다. 그것은 동물원이며 동시에 동물원이 아니고, 모든 구체적인 것들에 반하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혹은 정서적 경험에 의해 부여된 토템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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