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말은 변하지 않지만,
그 형태와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어떤 관계는 천천히, 오래 걸려서 만들어진다. 많은 말보다 긴 침묵 속에서, 거창한 약속보다 곁에 머무는 시간으로. 그렇게 조금씩,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가 생기고 이름이 붙는다. 그 이름이 바로 ‘가족’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자마자 관계라는 그물 안에 들어간다. 누군가의 아들, 딸, 엄마, 아빠, 형, 언니, 동생으로 불리며 시작되는 삶.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때로는 도망치고 싶기도 하고 다시 그 품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가족은 늘 가까이 있지만,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세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그 세계가 바뀌려 하고 있다. ‘가족은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데 AI가 감정을 배우고, 로봇이 외로움을 달래주며, 복제 인간이 기억과 사랑을 나누는 시대가 온다면 그들도 과연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미래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족의 모습은 분명히 변할 것이다. 더 이상 피로 이어지지 않아도, 유전자 대신 선택으로 묶여도, 함께 머물고, 서로를 지켜 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여기,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며 쓰인 네 편의 이야기가 있다.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각기 다른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들. 가족의 의미를 조용히 뒤흔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