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수도원, 수도자들의 존재 의미
그처럼 많은 침묵과 엄숙함이라니! 그곳은 거대한 무덤, 대규모 공동묘지와 다를 바 없었다. 나만이 그곳에 살아 있는 유일한 주민이었다. 퐁트넬 대수도원에서 묵은 첫째날, 저자 패트릭 리 퍼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림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수도원 안팎을, 또 그곳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살피고 또 살폈다.
당연히 처음 며칠은 의심과 의문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곳의 아빠스(영적 지도자이자 최고 수장)를 만나고 수도원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또 도서관 등을 드나들면서 어느 순간 감탄과 환희로 바뀐다. 결국 저자는 수도원을 나서며 수도원은 처음에 묘지처럼 보였지만, 수도원을 겪고 나자 반대로 바깥세상이 졸부들과 매춘부와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시끄럽고 천박한 지옥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그런 심경의 변화에 대한 좀 긴 주석이라 부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