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스터'란 '장난꾸러기' 정도의 기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대개의 신화나 민담에서 트릭스터라 불릴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영리하고 재치있는 주인공으로,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선과 악, 지혜와 무지, 빛과 어둠의 양면성을 동시에 띠면서 희화화된 융합을 이끌어내는 경우이다.
회화로부터 인문학으로 관심을 뻗쳐 나가는 저자는 트릭스터와 데코룸(사회의 일반적 규율인식) 두 개의 축을 가지고 다양한 유럽의 고대-중세-근세를 아우르는 민담과 전설 등에 관련된 회화들을 풀어나간다. 데코룸을 넘어서는 순간 트릭스터로 변화하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지칭하고, 현인이자 바보이며 방랑자이자 혁명가인 트릭스터의 다채로운 등장을 여러 가지 고증을 통해 증명한다. 단지 고대 미술의 비평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작업은 여러 가지의 의미 속에 현대화된 가치들을 향해 그 칼끝을 겨눈다.
신화나 민담, 전설 등에 얽힌 코드의 확인에 머물지 않고 그 의미를 여러 방편으로 추적해 들어가는 깊은 인문학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책. 평소 인문학의 영역에서 폭넓은 지적 여행에 목말랐던 사람이라면 목차만으로도 구미가 당길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