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이 깨졌다. 나무가 품고 있던 동그란 햇볕과 바람과 추억까지 함께 깨져버린 셈이다. 구례로 가는 천은사, 그 숲에서 캐 온 마삭줄은 내 집으로 온 후 시름시름 앓았다. 나무에도 마음이 있어 제 터전을 잃어버린 상심이 도시의 바람과 공기를 외면한 것으로 짐작했다. 봄날이 오면 파릇하게 싹을 틔울 것을 기다리던 나의 마음이 허물어졌다. 잘 키울 수 있으리라는 애초의 기대도 주저앉았다. 한 계절을 오롯이 앓기만 하던 고통의 행려, 나무의 절망이 한동안 떠나지 않아 다시는 꽃이든 나무든 캐오지 않으리라 했다. - 나무가 전하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