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턱에 다다른 사회 초년생의 'ENFP식 글쓰기'
20대 후반에 생애 첫 책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로 독자와 만난 후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으로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나호선이 세 번째 책 『부패하지 않는 사랑의 힘』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딘 초년생이 '축소'와 '단종'의 압박이 거세진 시대의 긴 터널을 뚜벅뚜벅 헤쳐나오며 겪은 일들을 때론 경쾌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풀어놓은 에세이다. 빠른 속도감, 재기발랄한 말솜씨, 더할 나위 없는 솔직함, 진지한 성찰이 어우러진 이 시대 '2030'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낙관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라는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작가는 '수포자'였던 중학생 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수학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달은 성인으로 성장했고, 급기야 “내 인생의 불꽃 같던 시기에 대해 쓸 수 있다면 미적분과 삼각함수가 내게 다시 찾아와도 좋다”고 너스레를 떨며 읽고 쓰는 삶을 생의 한 축으로 삼게 되었다.
나아가 정치학을 사랑했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던 작가가 “이제는 취직해 매일같이 글밥을 먹는다. 목적 없는 독서는 목적이 뚜렷한 직업적 책 읽기로 변했다.” 작가는 이를 “대가가 후불인 행운”이라고 고백한다. “언젠가 꼭 공적인 일을 하며 자유를 선물하는 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은 대로 성장한 작가는 최근 “부패하지 않는 사랑”을 다짐하며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극심한 빈곤의 늪에서 온 가족이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거쳐 꿋꿋하게 대학원까지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후 어엿한 직장을 얻고 결혼까지 했으니 비로소 '어른'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나이가 차고, 괜찮은 직장을 갖고, 결혼 후 자식이 있어야 반드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어른답지 못한 성인이 얼마나 많은가!
어릴 때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이제는 평범한 삶을 추구하게 된 작가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자랑이 아닌 자기반성과 성찰, 비난이 아닌 공감, 분열로 치닫는 사회현상에 대한 정치학 전공자다운 통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낸 청춘의 내공이 묻어나는 참신한 삶의 감각 등으로 읽는 맛을 더해주고, 우리 사회와 청년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준다. 빈곤, 가정폭력, 학내 부조리, 군대에서 만난 '형이 필요한 남자들'의 이야기, 사랑과 소통에 서툰 뭇 청년들의 현실, 우정을 빙자한 '가짜 친구들'의 흔한 사례, 직장 구하기든 '내 집(방)' 마련이든 청년들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워진 사회에서 어떻게든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절박함, '좋아요'를 누르고 싶게 만드는 진지한 통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같은 세대는 물론 청소년층과 부모 세대에게까지 잔잔한 감동과 이해, 희망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