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건 너무 새로운 사랑 이야기
시인을 업으로 삼은 지 26년. 그리고 다섯 권의 시집. 대략적인 계산으로 치자면 5년에 한 번 새 시집을 펴낸 셈이니 시를 두고 그리 서두르지도 그리 게으르지도 않았다는 증거. ‘그냥 그런’ 속도가 실은 ‘최상의 타이밍’이기도 하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삶의 이야기를 품고 여기 정끝별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을 내놓는다. 그리하여『은는이가』.
지금껏 시인이 펴낸 시집들을 열거해보자면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이거니와 뭐랄까, 어떤 규격이나 기본적인 틀은 있되 그 안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자유로움이라든가 일탈이라든가 묘한 천진이 꿈틀거리기도 하는 바, 우리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조사들을 조합하여 내놓은 이번 시집 『은는이가』까지 합하고 보니 정말이지 정끝별 시인의 시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이 증폭됨을 느낀다. 시가 거기 있다면 그곳에서 절로 몸이 휘고 시가 저기 있다면 저리에서 절로 입이 트이는 시의 유연성, 그 타고남을 운명으로 살아온 시인 정끝별. 총 58편의 시가 담긴 새 시집 『은는이가』를 살짝 들여다보자면 이렇다.
총 4부로 구성을 한 이번 시집은 생과 사의 소란스러우면서도 쓸쓸한 낯빛을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통통 튀는 언어 감각으로 자칫 비루할 수 있는 삶에 반짝, 거울에 비친 볕의 쨍함을 희망으로 비추는 시인 특유의 재주가 탁월하게 발휘된 시편들로 가득하다. “일생을 건 일순의 급소”(「사랑의 병법」)를 순식간에 알아채는 육식의 눈이 있는가 하면, 기다리고 기다렸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것”(「꽃들의 만」)을 꽃이라 정의하고 기다리는 초식의 엉덩이도 있다.
그뿐인가. 너무나 당연해서, 너무나 마땅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여지조차 가지지 않았던 사람과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바라봐주고 웃어줄 수 있는, 그래서 귀하고 중하고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줄 줄 아는 모성의 가슴도 팔 할이다. 사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지만 사실 너나 나나 “그냥 그런 사람”(「그냥 그런 사람」)이지 않은가. 그냥 그런 보통 사람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괄호에 묶어둘 누군가가 있다는 건 든든한 일”(앞의 시)이기도 하며 “담담해서 한껏 삼삼한 일”(앞의 시)이기도 할 것이다. 혹여 세상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을 이 시집의 제목처럼 문장을 받치는 조사 ‘은’과 ‘는’과 ‘이’와 ‘가’에 비유한다면 무리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