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웅크린 새
책을 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늠름한 자태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들판 끝 저 멀리에는 산들이 연이어 달리며 두툼하게 띠를 두르고 있다. 그 너머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속표지를 지나고 장면이 바뀌면, 아슬아슬 맨발로 나뭇가지 높이 오른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의 눈길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그때, 아빠가 큰 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베타!” 아이는 짐짓 못 들은 체한다. 아이의 마음속에선 이런 목소리가 올라온다. ‘내 몸을 한껏 웅크리면 잠자는 새처럼 보이겠지.’ 대단히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첫 장면이다. 베타라는 이름이 ‘마음’이라는 뜻의 예타라는 단어와 비슷한 글자라는 암시와 한껏 웅크린 자신을 잠자는 새처럼 여기는 아이의 자의식이 선명하다. 베타는 진흙으로 새를 빚어 엄마에게 드리고 싶다. 그 새는 둥지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어 한다. 베타는 그것만이 자기다워지는 길이라 믿는다. 과연 이런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