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요약될 수 없다’거나 ‘인생을 이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여기 나열된 인물들은 특별한 위인도 아니면서 어떤 이름 하나를 가졌다. 떠돌이, 은둔자, 괴짜, 방랑자. 한 페이지에 기록된 그들의 삶을 생각한다. 오해와 오명도 있을 것이요, 오만한 기록과 폭력적인 해석도 따를 것이다. 실존했으나 죽은 지 오래되어 자신의 삶과 그 기록을 수정할 ‘목소리’를 잃은 인물들.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져 살았는데 자신을 기술한 문장에 영원히 갇힌 사람들. 이 책을 쓰면서 첫 생각을 뒤집는다. 삶은 멋대로 요약될 수 있다. 인생을 얼마든지 하나의 이름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들 뚜렷한 유령의 역사를 바라보는 희미한 우리의 얼굴은 어떠한가. 열여섯 명의 인생을 빌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