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공방거리 뒤편, 지도에는 없는 신비로운 도로가 있다. 밤 12시를 넘기면 나타나는 이 길에는 네 대의 낡은 택시가 정해진 시간에 지나간다. 택시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연필로 그은 듯한 가느다란 선들이 남고,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수진은 3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연인 민우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밤을 지새우던 중, 우연히 이 기묘한 도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새벽 택시 안에서 민우의 실루엣을 목격하게 되는데, 택시가 지나간 후 아스팔트에 남은 선은 마치 '기다려'라는 글자처럼 보인다.
민우는 전통 금속공예 기법에 대한 강박적 집착으로 조선시대 장인들의 완벽한 기술을 찾아 헤매던 중 신비로운 도로를 발견했다. 수진을 위한 완벽한 결혼반지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택시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신만의 환상 세계에 갇힌 것이었다. 공방거리의 오래된 장인들이 전해주는 '마음의 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진정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이 도로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수진은 민우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택시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한 달 동안 온 정성을 다해 민우를 위한 도자기 찻잔을 완성한 수진 앞에 마침내 택시가 멈춰선다.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보였던 그곳에서 수진은 놀라운 진실과 마주한다. 신비로운 도로도, 시간을 오가는 택시도, 과거의 공방거리도 모두 그리움에 사로잡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이었던 것이다. 3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민우와 그를 찾아 헤매던 수진의 의식이 만들어낸 공동의 꿈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확인한다. 완벽한 작품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불완전하지만 진심이 담긴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현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새로운 시작을 약속한다. 더 이상 환상 속의 완벽함을 좇지 않고, 현실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선택한다. 공방거리에는 다시 평범한 골목길만이 남아있고, 수진과 민우는 각자의 작업실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살아간다. 김진수 작가는 환상과 현실, 완벽함과 불완전함, 그리움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상처까지도 포용하는 것임을 잔잔하게 전해준다. 새벽택시가 남긴 도자기편지처럼, 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따뜻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