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과연 교양소설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 민경현의 소설은 예스, 라고 답한다. 역설적으로 교양소설이 더 이상 불가한 시대의 교양소설이 되고자 시도함으로써, 차라리 우리 시대의 비극성을 재삼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는 다시 한번 막대를 구부린다. 고뇌도 없고, 사유도 없고, 경험도 없는 오늘날의 시대에, 철저하게 고뇌하고 사유하고 경험에 목말라하는 인물들, 즉, “어린 그가 산을 두려워한 까닭은 이상한 소리 때문이었다.”라며 이카로스의 마지막 비명, ‘자유’에 우울해했던 수오, 소년기부터 성년기까지 줄곧 냉소를 입에 물고 살던 니체주의자 영후, 니체를 모르고서도 생래적 니체주의자였던 진구 등을 통해서 말이다.
이렇듯 작가 민경현은 그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영원히 다시 도래할 것 같지 않은, 그러나 이러저러한 금기와 아버지의 이름들 속에 숨어서는 온전한 ‘자유’에 항상 타락의 혐의를 덧씌우는 ‘숨은 신’의 시대를 사는 교양소설가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