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 새롭다, 파격이다, 라고 말하기 전에 그는 참 다르고 다채롭다, 시인 황병승. 2003년 계간 『파라21』로 데뷔하여 문단 안팎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펴온 그가 등단 2년 만에 처녀시집을 펴냈다. 총 55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그는 탁월한 언어감각과 끝 간 데 없이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감기는 전폭적인 상상력으로 불온한 이 세상을 가장 불온한 언어로 증거하는 처절한 순수의 극점을 극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어. 어차피 양쪽 모두 미친 것들이니까.”
그가 만든 시코쿠 맵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지명들, 가령 비 내리는 조지아라든가 대야미, 혹은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나 요코하마에서 여장남자 시코쿠와 그의 모호하고 위태로운 친구들, 또 쥐와 도마뱀과 검은 염소 등등의 귀엽고도 슬픈 짐승들이 노니는 걸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죽음도 삶도 아닌 세계, 붉은 해초들이 피어오르는 환각 속에서 혼탁한 이야기들로 만났다 헤어진다. 긍정적인 의미로 ‘쿨’ 하게 아주 ‘雜’스럽게.
상징과 상징 너머의 잔혹살인극, 바로 이 무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그 이야기들을 이루는 감각적인 언어와 표현들이다. 타고난 시적 감수성으로 뭉텅뭉텅 솟아오르는 언어의 코를 잘라 아무 데서고 잘도 심어 곳곳에서 코 고는 소리가 나게끔 혼종과 잡종의 詩 밭을 일구어낸 황병승의 시, 바로 이 무한전쟁 연대기는 언제 봐도 즐거움과 초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