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이야기
두 남자가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
독서가로도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책을 인간의 생활과 사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규정했다. 비슷한 의미로 건축 역시 사람과 시대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척도가 된다. 건축은 늘 우리의 복잡한 일상 속에 밀착해 존재해 왔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삶에 훨씬 더 구체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축은 가볍게 웃고 즐기며 떠들 수 있는 대상이 되기엔 어딘가 모르게 난해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령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건축을 주제로 주거나 받거니 대화를 이어가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여기, 얼떨결에 중년을 맞이한 두 남자가 ‘치맥’을 앞에 두고 서울과 건축에 대해 올림픽 탁구 결승전 못지않은 열띤 핑퐁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아니, 토론이라고 해야 할지 만담이라고 해야 할지, 건축인 듯 건축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서울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들이 부딪히는 맥주잔의 파열음과 섞여 경쾌하게 들려온다.
『서울 건축 만담』은 쫄깃하고 시원한 치맥처럼 십 수 년의 인연을 이어온 두 건축가가 퇴근 후 사람 사는 냄새가 눅진하게 배인 치킨 집에서 맥주 한잔에 그날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을 풀어놓은 건축 에세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변잡기 에세이를 빙자한 건축과 도시 이야기’랄까.
매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는 건축 실무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사색을 일상에 녹여 편안하게 써내려간다. 건축을 업으로 삼은 전문가들이 썼음에도 결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마치 막역한 친구 사이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듯 주고받는 입담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안에 자리한 건축과 공간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걸 보니 분명 지은이들의 건축에 대한 사유의 깊이와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