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떨어져 나간 바퀴벌레처럼, 살려고 버둥거리며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로렌스의 보름간의 기록이자 성장기. 전직 밴드 멤버이자 현직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데이브 커즌즈의 데뷔작으로, 우울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머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시시때때로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허름한 아파트, 아버지가 다른 반쪽 형제인 여섯 살짜리 철없는 동생 제이,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엄마. 듣기만 해도 답답하고 어두운 환경에 주인공 로렌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힘겹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엄마마저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로렌스는 아버지가 다른 반쪽 형제이지만 그 누구보다 제이를 아끼고 챙기며, 여행상품권을 따내기 위해 라디오 퀴즈 쇼에 도전하는 등, 아동학대에 가까운 방임을 하는 엄마마저도 이해하고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들을 버리고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남들에게 엄마가 사라진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여장까지 하지만 로렌스의 현실은 더욱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질 뿐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러워 차라리 빨리 로렌스의 거짓말이 발각되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가난, 아동학대에 가까운 방임,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엄마의 가출, 한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만 떨어지는 현실 등 내용만 보면 작품의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울한 환경과 어두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와 라디오 퀴즈 쇼,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의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작품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은 그대로이지만 조금씩 노력하며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결말 부분은 이 작품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현실성이 더욱 더 돋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우여곡절 끝에 엄마를 찾아 함께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짠하고 모든 일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로렌스네 집은 가난하고 엄마는 싱글맘으로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힘들게 일해야 한다. 그리고 엄마는 여전히 술을 끊지 못했다. 현실은 예전과 그대로이지만, 그래도 로렌스는 엄마 없이 15일 동안 가족을 지켜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은 더욱 더 깊어졌기에 우리는 로렌스의 앞날이 조금은 밝아졌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