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백화점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정체성을 고민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성장 소설한국인의 정서가 스며있는 한 편의 서정 소설1940년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더욱 포악해지고 모든 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운 이때, 암울한 시대와는 반대로 신의주에서 값비싼 물건이 넘치는 화려한 백화점을 운영하는 남다른 가족의 이야기이다. 가족 구성원은 조선인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일본인조차 선망하는 화려한 삶을 사는 환 오빠, 일제에 반감을 품고 형을 비난하면서 백화점의 실제 운영에 열의를 다하는 훈 오빠, 물려받은 재산과 화려한 물질에 관심을 두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부모님, 집안을 돌보는 아주머니이다. 막내딸 미옥이 가족 개개인의 삶과 관계를 10대 소녀의 감수성으로 들여다본다.방미옥과 히메코로 불리는 두 개의 나, 안락한 집 화려한 백화점과 폭력 굶주림이 일상인 두 개의 세상, 세상을 바라보는 두 오빠의 상반된 시선! 미옥은 이 두 개의 세계를 오가며 세상의 선과 악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고 아름다운 이중성을 알아가며 성장한다. 일제와 소련군의 약탈과 방화, 폭력과 억압으로 자신이 믿던 세상의 이면을 경험하며 그로 인해 마음에 분노와 악이 자라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런 미옥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머리통 하나가 쌀 한 자루’라고 말하는 경비대의 총구 앞에 서게 되고, 바로 그때, 강제 노역에서 만난 아이에게 건넨 작은 친절로 인해 살아남게 된다. 혼란과 반목, 악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사람이 나누는 친절이 어떤 큰 빛을 만드는지 아름답고 묵직하게 그려져 있다. 억압과 폭력이 만연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지만, 한국의 문화와 삶의 정서가 소설 곳곳에 스며있다. 헌신, 신뢰, 나눔, 사려 깊음 등 은근한 마음의 표현과 더불어 계절의 다채로운 변화와 우리 음식의 맛갈스러움이 시각과 청각, 후각의 감각을 자극하며 아름다운 문장으로 마음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