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부재, 포스트모더니즘이 낳은 역사학의 위기
리처드 에번스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흔히 탈근대성, 후기근대성이라고 번역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기존의 학문이 이룩한 성과를 부정한다. 권력에 대한 푸코의 분석이나 폴드만의 문학비평, 사이드의 후기식민주의, 스피박의 서발턴 논의는 한결같이 학문이 밝힌 것은 진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역사학마저 해체하려고 했다. 『역사학을 위한 변론』은 갈 길을 잃은 역사학을 구제하려는 시도이다.
저자인 리처드 에번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학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포스트모더니즘에 머물면 역사학이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스피박의 서발턴 논의는 주류 역사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하위주체에 관한 새로운 역사학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결국, 역사학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룩한 해체를 건설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더욱 정교한 방법론을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