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배의 이번 시집은 그의 시 세계에서 긴요한 분기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이번 시집에서 소중하게 탐색한 시 세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현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내, 아들, 딸, 아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시적 화자 ‘나’가 만들어가는 드라마는 독자들에게 넓고 깊은 삶의 현장을 제공할 것이다.
시인이 이 시집에서 구성한 시편 중에는 시간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시집에는 봄, 여름, 겨울, 오십구 년, 오십 년, 8월, 새벽 등 다양한 유형의 시간이 제시되는데, 이와 같은 시간이 등장함으로써 송용배의 시는 더욱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형상화를 성취할 수 있다.
아이스킬로스(Aeschylus)에 의하면 “작은 씨앗에서 거대한 줄기가 자랄 수 있다(From a small seed a mighty trunk may grow.)” ‘씨앗’에 관한 아이스킬로스의 언급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송용배의 ‘씨앗’ 관련 시편(「식탁엔 사과」, 「스무 개의 화분」 등)을 더욱 큰 확신으로서 수용할 수 있다. 곧 작은 크기의 씨앗에서 커다란 줄기가 자라나듯이, 긍정의 기운이 가득한 시인의 시도 무럭무럭 클 것이다.
또한 송용배는 “말”과 “문장”과 “구두점”과 “시”에 충실한 진정한 시인(詩人)이다. 「봄의 구두점」, 「지울 수 없는 새벽」 등의 시편을 통해서 구체화되는 시인의 시 세계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감동의 물결을 제공할 수 있다. 그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결정체로서의 시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송용배의 시가 지향하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권 온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