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만이 냄새를 설명할 수 있다’
근대 문학에서 찾아낸 후각 언어들의 향연
냄새에 관한 기억은 마음을 동반한다. 설렘, 황홀, 소중함, 그리움, 당황, 고통, 공포,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간질간질한 것. 이러한 냄새에 관한 경험은 좀처럼 수치화되거나 공식으로 환원되지 못한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냄새와 만나는 일은 순간의 경험이며, 사진도 영상도 그 경험을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아직 후각 경험의 의미에 관한 온전한 기록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에 의존한다. 오직 언어로만 전달된다는 뜻이다. 인류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 매체인 ‘문자’만이 찰나의 감각과 그것이 불러일으킨 맥락을 기록해 왔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언어권에서는 ‘달다, 쓰다, 맵다, 짜다, 시다’와 같은 기본 미각어와 같은 기본 후각어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로, 오롯이 후각 의미를 지시하는 기본 후각어로 ‘구리다, 누리다, 비리다, 구수하다, 고소하다’ 등이 언급되는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후각 경험을 이야기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사물을 지시하거나, 다른 감각 어휘를 빌려 오거나, 여러 비유를 동원하여 설명한다. 후각 언어는 ‘냄새 대상-냄새 특성-냄새 이름’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후각 언어는 그 지시 대상을 특정한 의미나 이미지와 결부하는 개념화 과정을 만들어 낸다. 향미가 그득한 와인이나 커피를 설명할 때조차 정작 향 그 자체를 지시하는 명료한 단어를 찾지 못하여, 혹은 한 단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풍부함을 전달하기 위하여, 다양한 관형사·명사·형용사를 동원해 기나긴 구문을 생성해 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와인의 맛과 향을 매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믈리에는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동원한다. 미각과 긴밀히 연관된 후각 경험을 재현할 때는 늘 서사에 의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