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홀로 남은 사람이 내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집채만 한 바다뱀을 혼자 잡을 수 있는 괴력, 뼈가 부러져도 그냥 두면 다시 붙는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을 누리는 대신 짧은 수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라샨 족 소녀 메이린. 여성이 단명하는 탓에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그렇기에 라샨 족 여성은 종족의 명맥을 잇기 위해 18세에 혼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메이린은 혼인도, 출산도 싫고 사랑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다. 명도 짧은데 나중에 홀로 남을 사랑하는 이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따라가버린 아버지처럼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라샨 족의 족장이자 차이얼진의 영주인 오빠 라이 진은 그건 그거고 의무는 의무라며 바보 천치 얼간이를 한 다스씩 늘어놓고는 빨리 고르라며 재촉한다.
메이린, 가출, 아니 ‘혼인에서 탈출’을 계획하다가 우연히 ‘절대 사랑에 빠질 것 같지 않은’ 성격 파탄자 리 헤이신을 만난다. 일단 이 사람하고 혼인하기로 정해두면, 오라버니의 잔소리도 틀어막을 수 있고, 이 사람이 거느린 상단에 속한 ‘돛대 세 개쯤 달린 잘빠진 횡범선’에 올라 중앙해를 누빌 수도 있다. 여차하면 돌아오지 않으면 되고. 게다가 이렇게 성격 더러운 사람이라면 서로 사랑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그런데 이 사람, 지참금으로 헤이룬 만의 독점 진주 교역권을 준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누가 상인 아니랄까봐 일 년 안에 일만 냥을 다섯 배로 불려놓지 않으면 약혼을 없던 일로 하겠다며 계약서를 들이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