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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글쓴이
배수아 외 6명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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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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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가장 탁월하고, 가장 문학적인
명실공히 한국 단편 미학의 정점

제10회를 맞이하는 김승옥문학상의 찬란한 여정

한 해 동안 발표된 단편 중 등단 십 년 이상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대상작 한 편과 우수상 여섯 편을 선정하는 김승옥문학상이 올해로 어느덧 10회를 맞이한다. 그간 이 상을 향해 독자들이 보여준 애정과 신뢰 덕분에 이제 김승옥문학상은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김승옥문학상은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등을 쓴 소설가 김승옥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제정되었고, 2019년부터는 순천시의 지원으로 문학동네가 새로이 주관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대상 5000만원, 우수상은 각 500만원으로 총액 8000만원이라는 단편 부문 기준 국내 최고 수준의 상금을 수여한다. 심사 대상작은 주요 문예지뿐만 아니라 웹진과 지역 문예지, 독립 문예지까지 범위를 넓혀 국내에서 발표되는 거의 모든 단편소설을 아우른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김승옥문학상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블라인드 심사다. 이는 작가, 발표 지면 등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최고의 단편소설만을 가려내겠다는 그 목적과 의지를 분명히 한다. 선입견을 가능한 한 배제한 채 작품의 완성도를 완전히 낯선 방식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이러한 심사 과정은 독자가 문학상과 그 작품집에 기대하는 바를 넉넉히 만족시킨다. 우리가 수상작품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위나 명성 등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엄선된 작품을 읽기 위함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렇게 묶인 작품들로 한국문학의 현재를 짚어보려는 목적 역시 당연하다. “어느 때보다 타협 없는 심사”(심사 경위 및 심사평)였다는 말에서 느껴지듯 치열하고 공정한 과정 끝에 우리에게 도착한 일곱 편의 작품은 현재 한국문학의 동향을 선명히 보여주고 한국 문단이 나아갈 미래를 긍정하게 한다. 2025년 가장 탁월하며 가장 문학적인 단편소설이 바로 여기,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빛나고 있다.

올해 김승옥문학상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등 총 24개 문예지에서 104명의 작가가 발표한 소설 총 131편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와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최은미, 강화길, 김인숙, 김혜진, 배수아, 최진영, 황정은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으며 최은미가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이번으로 김승옥문학상에 네번째 이름을 올리는 최은미는 대상을 거머쥐며 저력을 증명했다. 최진영, 황정은은 김승옥문학상에 다시 얼굴을 비치며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새롭게 이름을 올린 강화길, 김인숙, 김혜진, 배수아는 독자들에게 고유한 스타일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봄에는 젊은작가상, 가을에는 김승옥’이라는 독자들의 환대에 부응하듯 올해 역시 화려한 수상자 라인업으로 찾아왔다. 이번 작품집은 지금-여기에 놓인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챗지피티, 12·3 계엄 사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 정선 사북항쟁 등 작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담아낸 단편들은 우리가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문학의 역할을 묻게 한다. 이번 수상작품집에서 또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기존의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존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보기 어려웠던 검은색과 금색을 사용해 제10회를 기념한다. 이는 ‘제10회’에 대한 축하 인사이자 동시에 역대 수상 작가들에게 바치는 트로피이며 무엇보다 그간 한국문학을 든든히 지킨 독자에게 전하는 감사이기도 하다.

대상 수상작인 「김춘영」은 1980년 정선 사북에서 광부들의 노동쟁의로 촉발된 사북항쟁을 모티브로 한다. ‘지역과 여성의 기억’ 아카이브 연구팀에 속한 ‘박정윤’은 탄광촌 여성을 주체로 내세워 생애사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김춘영’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4월의 어느 날, 그는 면담의 마지막 회차를 위해 김춘영이 사는 화운령의 집으로 향하던 중 폭설을 맞는다. 끝을 모르고 쌓여가는 눈에 결국 박정윤은 김춘영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고, 그는 이 밤이 어쩌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침내 자신이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해 여행중인 부부 그리고 대민 지원을 나왔다가 오히려 눈에 갇힌 두 명의 군인까지 두 사람의 밤에 합류하면서 김춘영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탄광촌의 광부도 그 가족도 아닌 술집 주인 김춘영에 주목한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부부(그리고 독자)가 기대하는 바를 꺾고 “증언자를 우상화, 신비화하는 태도를”(최윤 리뷰) 깨부순다. 최은미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살려내기를 거부하고, 정황이 짐작되지만 그 어느 것도 선명히 확정할 수 없는 상태”(심사 경위 및 심사평)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김춘영이 그간 감춰온 공포가 소변으로 박정윤의 무릎을 적시고, 그 혼란스러운 밤을 보낸 뒤 박정윤 혼자 걸어나와 텐트 안에 있는 이를 발견하는 순간, 마침내 화운령은 박정윤의 “내 현장”이자 최은미의 ‘소설’로 자리하게 된다.

“착취와 피해가 교차하는 기묘한 자리에서 김춘영은 고요하고 으스스한 슬픔을 견뎌내고 있으며, 그것은 오줌이라는 비루한 물질성을 통해서만 잠시 촉각으로 닿는다. 이는 기존의 어떤 작품이나 연구의 문제의식이나 밀도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있는 것이기도 했다. 안정된 호흡으로 문장을 쌓아올려 한 생존자의 안식 없는 생의 헐떡임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욕망과 윤리가 뒤엉킨 지점으로 독자를 던져놓는 힘은 오직 최은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악력이었다. 그래서 이번 김승옥문학상 대상은 이 작품에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_심사 경위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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