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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잎에 베이다
글쓴이
박찬순 저
출판사
강
출판일
202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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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찬순

194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화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강의했으며, MBC PD, MBC, SBS 외화 번역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결혼 후 연년생 남매의 엄마가 되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다가 번역에 얹혀 겨우 세상으로 나가는 하나의 통로를 찾았다.『나의 생애 골다 메이어』등 몇 권의 역서를 낸 뒤 방송국에서 〈맥가이버〉, 〈미세스 다웃파이어〉 외 천 여 편의 외화를 번역했다. 30년 가까이 빵을 해결해 준 것 이외에도 번역은 두둑한 보너스까지 안겨 주었다. 가슴을 울리거나, 혹은 서늘하게 하는 명대사들을 바구니 가득 주워 담았고, 밤새 입을 맞추었던 영화 속 수많은 인물들과 삶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니 적어도 손해 본 장사는 아닌 듯하다.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한다는 보람에 대학에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가르치는 즐거움보다 대사의 뉘앙스를 가슴으로 느끼고 배우의 표정에 몰입되어서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맛깔스런 표현을 찾아낼 때의 즐거움이 가장 크다.

번역한 영화로는 〈아마데우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외 천여 편이 있고, 저서로는 『방송번역작가의 세계』, 『그 때 번역이 내게로 왔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의 생애 골다 메이어』, 『아이는 사랑의 손으로 키워라』, 『멍멍 의사선생님』, 『다락방의 등불』,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외 다수가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난잎에 어린 세 겹의 이야기

박찬순의 장편『난잎에 베이다』는 어느 원예학자의 죽음과 입양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가운데 ‘낯선 세계의 융합’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여러 겹의 서사로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육종교배를 통해 국산 춘란에 향기를 입히려는 노력을 백안시하고 국산 춘란의 원종을 사수하려는 배경의 이야기는 순수의 이념에 갇힌 순혈주의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다. 경북 안동 낙동강 상류 마을과 독일 바이에른의 수도원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간적으로도 단원 김홍도의 가상의 그림에까지 거슬러 오르며 이질적 문화의 뒤섞임에 수반되는 상처와 갈등을 속 깊게 응시한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30대 여성 서홍화는 비밀의 끈덕진 추적자로서뿐만 아니라 낯선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열어가는 우리 시대 젊음의 초상으로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가 이 작품에 들인 오랜 시간의 구상과 다방면에 걸친 면밀한 취재는 소설 전반의 탄탄한 세목에 풍성하게 녹아들어 있다. 작가 특유의 지적이고 균형 잡힌 문체는 순수의 고착과 혼종의 활력이 충돌하는 ‘난’의 세계, 입양에 얽힌 가족사의 비밀, 시대를 앞선 단원의 그림에 담긴 예지까지 여러 겹의 서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그간 박찬순의 튼실한 단편 미학에 주목해온 독자들에게 작가의 첫 장편은 핍진한 서사의 긴장과 웅숭깊은 삶의 통찰을 함께 선사한다.

삼십대 중반의 여성 주인공 ‘나’(서홍화)는 10년 동안의 서울 직장 생활을 접고 경북 안동 낙동강 상류 마을로 내려와 농가 일손을 돕는 ‘마을인턴’과 래프팅 강사로 일하며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인근에서 춘란연구소 다윈농장을 운영하는 소심, 세엽 남매의 부탁을 받고 ‘난(蘭)’에 얽힌 비밀스런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남매의 아버지 류포의 춘란연구소 소장은 생후 3개월에 독일로 입양된 인물로 세계적인 원예학자가 된 뒤 20여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산 춘란의 향기가 미미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생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춘란에 향기를 입히는 일에 전념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서홍화는 소심, 세엽 남매와 함께 류 소장의 마지막 동선을 뒤쫓고 그가 사망하기 전날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는 과정에서 서홍화는 류 소장이 죽기 전 되짚어가던 장소들이 모두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김홍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에 얽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된다. 서홍화는 류 소장의 금고에서 발견된 일기와 오래된 아기 옷에 수놓인 난초 문양을 단서로 세엽과 함께 독일 뮌헨 근교의 수도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감추어져 있던 그림 「난향을 맡는 소녀」의 청아하고도 은은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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