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화책을 열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복잡스러울 때, 오로지 오늘만 생각하고 싶어질 때가 그렇다. 젊은이는 미래를, 늙은이는 과거를, 어린이는 오늘을 생각하며 산다지 않는가. 맞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을 때 동화책을 읽고 싶어진다.

10여 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박완서의 <이게 뭔지 알아 맞혀 볼래?>는 해답을 표지에 이미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것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떡이라 해도 당사자인 떡은 그리 서운하지 않을 것 같은 개떡을 먹어봤다. 이름 앞에 ‘개’자가 붙어 거북스러웠지만 맛은 개도 느낄 것만큼 혀에 감겼다.

둥치네로 신나게 걸어가던 한광이는 시골에서 올라온 마귀할멈 같은 인상의 둥치 할머니와 맞닥뜨린다. 길을 헤매던 할머니와 함께 어쩔 도리 없이 둥치 집에 이른 한광. 할머니로부터 고무찰흙으로 빚은 듯한 동그란 물체를 받는다. 대체 뭐지 골똘하던 중 동네 할아버지가 ‘개떡’이라며 일러주자 한광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 내가 샌드위치에서 몰래 소시지를 빼와서 둥치네 개한테 주려고 했던 것처럼 할머니도 둥치네 개가 귀여워서 개떡을 만들었구나.” 마귀할멈이 돌연 천사할멈이 되어 개와 신나게 춤을 추는 그림이 한광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순간, 따듯한 미소가 배어나왔다.

오래전 우리 집 개가 생각난다. 나 또한 한광처럼 먹을 것을 조금 남겨 개한테 주곤 했는데, 심지어 그 맛있던 불량식품도 다 먹지 않고 반절 뚝 잘라 남겨오곤 했는데, 그래서였을까 무척 날 짤 따랐는데……. 다시금 혓바닥 애정공세에 내 볼이 시달려봤으면.

두어 달 전 ‘장화 신은 고양이(칼데곳 상 수상작)’을 보며 그림에 매료되었었다. 이 책 또한 글뿐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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