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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에세이
글쓴이
발터 벤야민 저
출판사
현대문학
출판일
202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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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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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 출신의 유대계 언어철학자, 번역가, 좌파 지식인으로서 한때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비평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베를린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베를린, 프라이부르크, 뮌헨 대학 등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나중에 평생의 친구이자 유대사상에서 지적 동반자가 된 게르숌 숄렘을 만난다. 전쟁을 피해 스위스로 간 그는 1919년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에 대한 연구로 베른 대학에서 최우등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하고 번역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1924년 교수자격 논문인 「독일 비애극의 원천」을 집필하지만 아카데미 세계로 진출하려던 계획은 결국 좌절하고 만다. 같은 해에 알게 된 연인 아샤 라치스 이외에 나중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서 유물론적 사유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평, 번역, 방송활동을 펼쳐나간다. 파시즘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유럽에서 스스로를 ‘좌파 아웃사이더’로 이해한 그가 택한 길은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에 거리를 두고, 유대 신학적 사유와 유물론적 사유, 신비주의와 계몽적 사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아방가르드적 실험정신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통해 현대의 변화된 조건 속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었다.

1940년 벤야민은 당시 뉴욕에서 사회연구소(프랑크푸르트학파)를 이끌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지원을 받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프랑스를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자 자결한다. 그로써 그가 13년간 매달렸던 프로젝트, 즉 마르크스의 ‘상품물신’의 구상을 상부구조(문화) 전체에 적용하여 19세기 자본주의와 모더니티의 근원을 고고학적으로 탐구하려던 필생의 저작 『파사젠베르크』(Das Passagen-Werk)는 미완으로 남는다. 스탈린-히틀러의 밀약을 접한 충격에서 쓴 유물론적 역사철학의 결정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일명 ‘역사철학테제’)는 그가 남긴 최후의 글이다.

책 소개

분야인문
“수천 년 전부터 직조되어온 삶의 그물망이
도처에서 사라지고 있다”

서사 예술의 종언을 통해 인간 삶의 근원을 묻는 우리 시대의 고전

“이 책은 인간이 더 이상 서로의 경험을 나누지 못하게 된 시대를 그린
벤야민의 가장 비극적인 글이다” _한나 아렌드


오늘날 철학, 문학, 미학, 정치학 등의 학계뿐 아니라 작가, 감독, 음악인 등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 에세이』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기술, 산업화, 전쟁, 현대의 변화 속에서 이야기를 전할 힘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날카롭게 진단한 벤야민의 대표작 「이야기꾼」을 비롯해 「요한 페터 헤벨」 「소설의 위기」 「리스본 지진」 「경험지와 부족함」 등 벤야민의 초기 단상부터 중기, 후기의 비평을 망라하는 열세 편의 글을 담았다. 특히 이번 판본은 벤야민의 원전을 새로운 번역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경험­전통­구술’이라는 세 축을 따라 ‘이야기꾼과 서사 예술의 종언’이라는 사유의 축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 벤야민 사유의 궤적을 복원한다. 그 사유를 보다 심층으로 읽어내기 위해 헤로도토스, 몽테뉴, 헤벨, 블로흐, 발레리, 루카치 등 여러 사상가와 작가들의 글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벤야민의 논의가 서사와 경험, 역사와 문학을 둘러싼 장구한 지성사의 흐름 속에서 더 깊게 이해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 실린 각각의 글은 길이도 종류도 밀도도 제각기 다르지만 ‘이야기 기술의 종언’이라는 문제의식으로 귀결된다. “이야기가 사라지는 자리에 정보가 채워지고, 경험이 단절된 자리에 고립된 개인만 남았다”라는 벤야만의 진단처럼, 그는 이야기 기술의 소멸을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엮어내는 인간적 능력의 상실로 보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이야기에 대한 벤야민의 ‘조사弔詞’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노동, 기술, 매체가 급속히 변하는 시대에 이야기 기술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물으며, 조언과 경험이 다시 움트는 말의 ‘발아력’, 정보의 즉시성과 검증의 강박을 비켜 가는 이야기의 ‘여백’, ‘경험의 알을 낳는 권태’의 미학을 제안한다. 즉 “수천 년 전부터 직조되어온 삶의 그물망이 도처에서 올이 풀리고 있다”는 자각 속에서도 이야기가 다시 발아할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데이터와 정보의 과잉 속에서 ‘서사’ ‘스토리텔링’ ‘콘텐츠’ ‘내러티브’ 등으로 치장되는 온갖 수사가 공허한 유행어로 전락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비평적 실천이다. 『이야기꾼 에세이』가 지금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와 경험의 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전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경험의 물성과 무관한 서사, 재료의 물성과 무관한 작품이 ‘이미지’가 되어 마치 화폐처럼 유통되기 시작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엄청난 선견지명이다. ……스토리텔링이니 내러티브니 하는 용어들은 업체 브랜딩의 어휘와 정치 프로파간다의 어휘에서 쟁점을 흐리는 핵심어가 되어왔고, 정보의 범람과 알고리즘의 확산으로 인해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이 우리 현대인의 삶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벤야민이 쓰는 글은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마리 모니에가 바느질한 수예와도 어딘가 비슷한 것 같다. 에세이스트 벤야민이 레스코프라는 독특한 이야기 장인의 후예로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시대를 거스르는 방식 때문이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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