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는 마음으로 세상을 쓰다
삶의 잔잔한 결을 들려주는 ‘귀 얇은 수필가’의 따뜻한 이야기
훈맹정음
이정자 수필집
세상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그 소리를 글로 옮겨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이정자 수필가는 남의 말에 잘 흔들리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성숙해지는 길을 찾아간다. 새 수필집 《훈맹정음》에는 그가 세상과 맺어온 따뜻한 대화가 고요히 담겨 있다.
이정자 수필의 첫인상은 단아하다. 그러나 그 단아함 속에는 치열한 자기 성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배어 있다. 〈쓸모없음〉에서는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한 줄기 빛〉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짐하는 일’이 글쓰기의 본질임을 깨닫는 통찰이 빛난다. 〈몽골에서〉, 〈아프다는 것은〉, 〈핑크〉, 〈개망초〉 등에서는 일상의 풍경과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자기 극복’과 ‘삶의 온도’를 사유한다. 그리고 작가는 글을 통해 자신과 이웃, 그리고 자연을 연결한다. “내가 아프면 내가 존재함을 알게 되고, 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 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고백처럼, 그의 글은 ‘나에서 우리로’ 향하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때로는 핑크빛 달을 기다리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개망초꽃 앞에서 부재한 가족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의 문장은 삶의 굴곡 속에서도 “좋은 봄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따뜻한 체온을 품고 있다.
《훈맹정음》은 세상을 섣불리 단정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을 향한 이해의 언어로 다시 쓰는 ‘삶의 교본’이다. 이정자 수필가가 귀 기울여 담아온 이야기들은 독자의 마음에도 조용히 번져, 일상의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정자 수필가의 《훈맹정음》은 귀로 듣고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읽을수록 단단한 힘을 가진다. 삶의 상처와 연민, 감사와 성찰이 조용히 교차하며, 결국 ‘인간이란 존재의 따뜻함’을 새삼 일깨운다.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다시 귀 기울이게 하는 문장들’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