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과부의 삶을 산
‘비비안나’의 자존과 연대의 서사!
비녀 하나로 운명을 바꾼, 비비안나
“다섯 번 정독했다. 거듭해 읽을수록 비비안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좋은 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비비안나의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출간 전부터 나는 이 소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_고은규(소설가)
“짧지만 흡입력 있는 소설을 읽고 나니
민초들 사이 숨어 있던 명도회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반갑다.” _편성준(작가)
경기도의 숨겨진 보물, ‘히든작가’를 만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이 한국 문학의 내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기히든작가’ 프로젝트로, 소설 부문 당선작인 이보리 작가의 『비비안나』가 출간되었다.
“흑목 비녀를 택한 조선의 여인들”
조선시대 천주교 여성 신자들은 천주교의 신앙 확산과 평등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문영인(비비안나), 김연이(유리안나), 윤점혜(아가다), 정순매(발바라). 그녀들은 조선의 여인들이 걸어야 했던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짧지만 흡입력 있는 이 소설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문영인(비비안나)과 천주교 여성 신자들을 모티브로 창작한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위장 과부’의 삶을 상상하여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올린 문영인(비비안나)의 자존과 연대의 서사를 그리고 있다. 혼인은 하지 않았지만, 기꺼이 ‘허(虛)의 처’라고 자처했던 여인들을 역사 밖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중인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나 일곱 살에 궁녀가 된 문영인(비비안나)이 출궁해서 만났던 세상은 나날이 그녀의 마음을 부풀게 했다. ‘빨간 새앙머리 댕기’ 대신 ‘까만 흑목 비녀’를 택한 그녀와 그녀를 추적하는 사헌부 감찰 의준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더불어 민초들 사이에 숨어 있던 그들의 안식처, 명도회도 만날 수 있다.
이보리 작가는 친구가 쓴 「신유박해 당시 위장 과부의 존재와 그 사회적 의미」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그녀들을 다시금 재조명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그녀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오래된 그녀들의 이야기가 낡지 않았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엄격한 유교 사회의 제약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맞섰던 여인들이 있었노라며. 가능한 한 슬프지 않고,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말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늘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런 이들의 길을 오롯이 따라가다 보면 타인에 의해 정의될 수 없는 삶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소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