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를 주제로 한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함께 글을 쓴 새로운 앤솔러지 소설집 『듣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테마로 우리가 평소 하는 다섯 가지 행동 즉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모두 25명의 소설가가 같이한 단편소설집이다. 그 네 번째 앤솔러지 『듣다』 편에는 김엄지, 김혜진, 백온유, 서이제, 최제훈이 함께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엄지는 「사송」에서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해야 할 말, 하지만 묻지 못하는 말, 그리고 들어야 할 말이 서로에게 떠도는 가운데 〈사송〉이라는 곳에서 듣고 싶은 소리가 무엇인지를 그린다.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섬세하게 인간 내면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김혜진은 〈애실〉과 〈현서〉라는 두 여성의 관계를 보여 주는 「하루치의 말」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를 다룬다. 주인공의 삶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일상도 입체적으로 그리며 단단한 글쓰기를 선보이는 백온유의 「나의 살던 고향은」은 도시와 고향,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참고 버티는 게 생존 방식이라고 여기는 〈영지〉에게 벌어진 예상외의 일을 그리면서 그녀가 어떻게 자기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응하는지를 펼쳐 보인다. 동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그리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서이제는 가출한 고등학생 조카를 돌보는 어느 삼촌의 감정을 그린 「폭음이 들려오면」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뿐 아니라 들려도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일상의 판타지〉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어긋나게 하는 독특한 서사를 그리는 최제훈은 「전래되지 않은 동화」를 통해, 어느 왕국에서 일어난 마법사의 말의 저주와 그 저주를 풀려고 애쓰는 왕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무 많은 말이 오가는 이 세상에서 정작 내 안의 목소리는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