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무너진 시대,
침묵은 가장 깊은 언어가 된다.”
“남편의 실종으로 시작된 파문,
그 속에서 마주한 두 가족의 진실.”
말하지 못하는 자와 듣지 않는 세상,
그 침묵 속에 감춰둔 사실이 서서히 깨어난다
『실어증 환자』는 두 가족의 이민 서사를 중심으로, 언어와 관계의 단절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묻는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실어증은 단순히 의학적 증상이 아니다. 말을 잃어버린 개인과 듣지 않는 사회의 초상이며, 동시에 현대인의 정신적 무력함을 드러내는 은유다.
주인공 서진애는 화려했던 인생의 말년, 미국 말리부의 바닷가에서 남편의 실종을 맞는다. 그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드러난 가족의 비밀, 이민의 그림자, 그리고 각자의 상처는 독자를 추리의 세계로 이끈다. 진희와 재아, 두 세대의 여성 인물은 언어로는 이어지지 못하지만, 상실과 기억을 통해 서로의 내면으로 스며든다. 저자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말하지 못하는 시대’의 윤리와 책임,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존엄을 치밀하게 탐구한다.
『실어증 환자』의 서사는 단단하고 절제되어 있다. 민주화 운동의 미완 과제, 이민 사회의 균열, 자본의 탐욕, 세대 간 단절 등 현대사의 모순이 문장 깊숙이 녹아 있다. 특히 저자는 ‘언어는 사라져도, 진실은 끝내 살아남는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말 대신 남겨지는 침묵의 울림을 날카롭게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