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좋습니다. 저는 서방님이 참말, 참말 좋습니다.”
길었던 방황의 시간을 끝내고 진정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재림과 슬안. 둘만의 즐거웠던 시간과 사랑의 결실을 보며 이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인연이 서서히 그들을 옭아매기 시작하는데…….
“내가 싫으냐?”
지금의 재림이 낯설어 무섭긴 했다. 허나 결코 싫은 것은 아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하면 이리 오너라.”
조심스레 손을 뻗자 재림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오늘이 너와 내가 진정한 부부가 되는 밤이다.”
“예?”
“가시버시를 맺는 밤이란 말이다.”
가시버시를 맺는다는 말에 부끄러움이 열병처럼 슬안의 몸에 퍼졌다.
‘아기가 생긴다!’
남녀 간의 운우지정 따위는 모르고 진정한 부부가 되면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주는 줄로만 아는 슬안은 나는 듯 기뻤다.
이어 옹골찬 욕심도 피어났다.
‘입도 맞춰주시겠지?’
2. 작가 소개
최은경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 출간작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 〈눈물아 멈춰줘〉, 〈리틀 닥터〉, 〈취중담화〉, 〈1965, 서울〉, 〈아로하〉, 〈격애〉, 〈애담〉, 〈샤이닝 스타〉, 〈블루 하와이〉, 〈홀드 미〉, 〈청춘무곡〉, 〈문란뎐〉
3. 미리 보기
“내가 싫으냐?”
도적처럼 달려들어 치마까지 벗긴 재림이 낯설어 무섭긴 했다. 허나 결코 싫은 것은 아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내가 너를 다치게 할 것 싶으냐?”
“아니요.”
“하면 이리 오너라.”
슬안은 재림이 내민 손을 보았다. 만일 그 손으로 또 와락 저를 덮쳤다면 박치기를 해서라도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정중하고 간절하기까지 한 재림의 손은 잡고 싶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자 재림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오늘이 너와 내가 진정한 부부가 되는 밤이다.”
“예?”
“가시버시를 맺는 밤이란 말이다.”
가시버시를 맺는다는 말에 부끄러움이 열병처럼 슬안의 몸에 퍼졌다.
‘아기가 생긴다!’
남녀 간의 운우지정 따위는 모르고 진정한 부부가 되면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주는 줄로만 아는 슬안은 나는 듯 기뻤다. 이어 옹골찬 욕심도 피어났다.
‘입도 맞춰주시겠지?’
따뜻하고 보드라운 님의 입술. 처음에는 뭉클하고 미끄덩한 것이 들어와 놀랐으나 하면 할수록 그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농염한 입맞춤도 좋았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슬안에게 재림이 당부했다.
“나를 믿어라. 내가 무엇을 해도, 어찌해도 놀라지 말고 나를 믿어야 한다.”
재림은 거듭 당부를 해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른 이들까지 끌어들였다.
“세상 모든 부부들이 하는 것이다.”
슬안은 재림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픈 것은 아니지요?”
순간 재림은 갈등했다.
‘일단 아니다 하고 밀어 붙일까?’
그러나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미련한 짓. 금방 알 일에 거짓을 뒤집어씌워? 그러다 더 놀라 도망치면 또 힘으로 제압해야 하는 것을.’
재림은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아프다.”
대번에 슬안의 미간이 좁아들었다.
“아프다고요? 어디가 얼마나요?”
여인도 아니고 숫총각이기까지 한지라 그 고통이 얼마나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재림이 답했다.
“어딘지는 금방 알게 될 테고 그리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재림의 어설픈 답변을 믿으면서도 걱정 한 조각을 떨치지 못하는 슬안은 제게 닥칠 고통을 짐작해보았다.
“손가락 베이는 것만큼 아플까요?”
“그 정도는 아닐걸.”
“아! 다행입니다. 그 정도라면 참을 수 있을 것……. 읍!”
장하다, 기특하다 칭찬해주려 마음먹었다. 그러나 욕망이 이성을 쓰러뜨리는 바람에 재림은 슬안의 입술을 막으며 하나로 얽힌 몸을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흐읍! 쭙!”
재림은 주체가 불가능한 열기에 휩싸여 슬안의 입술이 다 얼얼할 정도로 빨고 물었다. 재림과 하는 모든 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 뜨거워 델 것 같은 입맞춤은 겁이 났다.
“서, 서…….”
조금만 천천히 해달라 간청하고 싶은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떨어지는가 싶었던 재림의 입술이 다시 부딪쳐 오고 거침없는 혀가 개선장군처럼 입 안으로 침범하니 도리가 없었다.
“으으응!”
재림은 미모사처럼 오그라드는 슬안의 팔을 제 목에 둘러주고는 그악한 도둑처럼 슬안의 숨을 날름날름 삼켜버렸다. 장정이 숨을 족족 들이켜버리니 슬안의 폐는 무섭게 줄어들었다. 숨이 찬 슬안은 재림의 어깨를 밀었다.
“으응!”
시뻘건 얼굴로 낙지처럼 들러붙은 재림의 입술을 가까스로 떼어낸 슬안은 가슴을 들썩이며 저보다 더 붉은 얼굴의 재림에게 제 사정을 호소했다.
“서, 숨…….”
사정을 호소하려던 그 입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막혔다.
“흡!”
가슴을 열어 숨을 가득 들이마신 재림이 다시 슬안의 입술을 덮은 것이다. 잔인하다 할 정도의 탐닉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꿀꺽!
슬안의 가냘픈 목에서 꿀꺽, 꿀꺽 뭔가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재림의 가슴을 떠밀던 슬안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재림은 그저 입술만 탐하는 것이 아니라 숨이 바닥이 난 슬안에게 숨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입술만 떼어줘도 무방하나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제 숨을 나눠주는 재림의 손이 슬안의 속치마를 들췄다.
“으응!”
두 눈을 활짝 연 슬안이 기겁을 하며 재림의 손을 붙잡고는 곤란함 가득한 눈으로 호소했다.
“어이 이러십니까아.”
이제 이성과 자제를 아는 선비는 오간 데 없고 달랑 사내만이 남은 재림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안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당근인가, 채찍인가? 결론은 당근이었다. 한번 고집을 부리면 저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고집불통이 바로 슬안이다. 그러니 무조건 나를 믿어라, 믿고 견뎌라 하면 밤새 용을 써도 합방은 불가능한 일. 다디단 당근을 내어줘야 했다.
“애체집이 보고 싶지 않느냐?”
아니나 다를까 슬안의 귀가 쫑긋 올라섰다. 그리 졸라대도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애를 태우던 애체집을 보여주겠다?
“참이십니까?”
재림은 대답 대신 제 몸으로 슬안의 몸을 눌렀다.
“으응!”
묵직한 재림의 몸무게에 항의하던 슬안이 탄성을 토해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