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정동, 바다라는 미디어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2호를 맞이하였다. 이번 12호는 ‘바다정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며 바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였다. 구모룡은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방법」에서 ‘대양의 느낌’을 매개로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바다를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감정과 사유, 문명과 존재가 맞물리는 복합적 장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구모룡은 이처럼 바다를 감각과 사유의 원천으로 재위치시키며, 기술과 상품화로 인해 잊힌 바다의 숭고와 유동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번 글은 바다를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세계 감각과 미학적 사유를 모색하는 시도로 읽힌다.
전솔비는 「바다라는 미디어: 다른 방식으로 듣기를 연습하는 동시대 미술」에서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매개적이고 관계적인 미디어로 바라본다. 그는 바다의 비가시적 소리와 움직임, 흐름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려는 동시대 미술의 시도를 통해 인간 중심의 인식 방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실천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예술이 세계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다른 존재들과의 새로운 감각적 소통 방식을 연습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현장-비평 「궐위(闕位)의 크리틱: 12·3에서 6·3까지의 협로 위에서」에서 윤인로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한국 사회를 ‘궐위(闕位, interregnum)’의 시공간으로 비평한다. 국회 앞에서 군용차를 막아선 시민의 영상은 민주주의의 위기 속 ‘지금-이미지’로 제시되며, 벤야민과 디디-위베르만의 사유를 빌려 위기 속 정치적 각성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한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은 세대의 감각이 민주주의를 몸으로 증명하는 힘이 되었음을 짚고, 생명과 안전이 정치의 최종 기준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