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쪽에 달하는 장시와 열 편의 연작시(「산」)를 시(詩)라는 양식 안에서 대단히 이질적인 양식적 간격을 굳이 무너뜨리거나 허물지 않으면서 서정과 서사를 절묘하게 통섭하고 있는 시집이다.
1부 「강」은 7편으로 이루어진 장편 연작시이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수많은 이야기가 내장된 강렬한 서사를 배경으로 한 시대의 표정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박규현의 ‘강’이 특별한 점은 그것이 오직 ‘물’로만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우리를 출산했던 분 / 고통을 안으로 숨기고 / 한 하늘을 인 채 / 견고한 바위로 누워 / 시대를 넘어 / 한을 노래”(「산 1」)하는 산이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모두 열 편의 ‘산’이 있다. 산은 모든 것을 품어내면서도 아무 말 없이 고고하고, 강은 때로 우르쾅쾅 소리치거나 때로 소곤대면서 낮고 낮게 흘러간다. 박규현의 대작 「강」은 처음부터 우리 인간들의 매우 보편적인 삶의 차원을 시정(詩情)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연이어 제2편에서 제6편에 이르기까지 인생지사 신산고초가 유장한 가락을 타고 흐른다.